내이야기

아르헨티나 탱고

상수리나무 블로그 2012. 2. 10. 19:54

2003.3월 비바월드 프로그램 원고

 

* 아르헨티나에서 국제탱고페스티발이 있었다면서요? 어떤 행사였나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3.1-9일까지 제5회 국제탱고페스티발이 열렸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당국은 브라질의 리오로부터 카니발이 연상되듯이 부에노스아이레스라면 탱고가 떠오르게 하자는 취지로 국제탱고페스티발을 기획하였습니다. 

 탱고는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자랑하고 있는 세계적인 문화자원입니다.

올해는 특히 페스티발 기간 중 제1회 국제탱고대회도 함께 열렸는데 세계주요도시와 국내 지방도시를 대표하는 260쌍이 출전해서 갈고 닦은 탱고실력들을 겨루었습니다.

물론 영예의 1등은 탱고 종주국인 아르헨티나 선수가 차지하였지만 칠레, 일본, 독일, 헝가리 선수들도 종주국 못지 않은 실력을 보여주어 갈채를 받았습니다.

그 외에도 페스티발 기간 내내 탱고 콘서트, 무도회, 탱고 무료강습, 기념전시회, 영화, 연극 등 갖가지 문화 프로그램들이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시 전역에서 개최되었습니다.

 

* 아르헨티나에서는 어떻게 해서 탱고가 태어났나요?

 

탱고는 영어식 발음이고 현지말로는 땅고라고 부릅니다.

땅고는 아르헨티나 것이라고 하기보다는 부에노스아이레스라는 항구도시가 만들어낸 독특한 문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1880년경부터 이민이 갑자기 늘어나 도시가 급격히 팽창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아르헨티나의 일인당 GDP는 스페인의 두 배가 될 정도로 유럽보다 훨씬 잘 살았기 때문에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4명중 3명은

유럽에서 바로 도착한 이민일 정도로 많은 이민이 몰려들었습니다.

보까라고 부르는 부에노스아이레스 항구 지역에는 주로 이태리 남부에서 이민 온 저소득층 주민들과 항만 노동자, 뱃사람들과 밀수꾼,

그리고 카페, 바의 여인 등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았습니다.

탱고의 기원이 아프리카 또는 쿠바의 전통 춤이라는 설도 있지만 어쨌든 탱고는 사회 하층민들의 삶에 지치고 체념적인 인생관이 팽배하는 분위기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떤 사람은 라틴계 사람들의 상당히 격정적인 기질이 좌절된 현실과 맞부딪친 모습이 바로 탱고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미국의 재즈처럼 탱고도 근원이나 발생 경위 등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버림받은 사람들이 모여 살던 빈민사회에서 발생한 음악이기 때문에 자료가 없고 그저 입으로 전해지는 추측이나 가설만 있을 뿐입니다.

 

* 탱고 음악이 어딘지 모르게 애조 띄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런 거였군요.

탱고가 거리의 여자들이 뱃사람을 유혹하던 춤이었다는 얘기도 있지만 탱고를 보면 상당히 관능적인 춤이에요.  

 

1900년 초 탱고가 파리에 처음 소개되었을 때 점잖지 못한 춤이라고 비난하는 부류도 있었지만 사교계에서는 탱고가 대단한 선풍을 일으켰습니다.

그때까지 유럽의 사교춤이라는 게 남녀가 서로 떨어져 추거나 왈츠라고 해도 남자가 여자의 허리에 가볍게 팔을 감는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탱고는 파트너와 서로의 호흡과 체온을 느낄 정도로 얼굴과 몸이 밀착하는데다가 남자가 여자를 돌리기도 하고 때로는 몸을 낮게 해서

포옹도 하며 추는 춤이어서 대환영을 받게 되었습니다. 정열과 향수를 품은 탱고의 매력은 파리에서 시작해서 런던, 밀라노로 전 유럽을 사로잡게 되었습니다.

탱고는 당시 유럽 여성패션에도 영향을 끼쳐 풍성한 치마스타일이 몸에 달라붙는 디자인으로 바뀌도록 만들었습니다.

유럽에서 대성공을 거둔 탱고가 다시 아르헨티나로 돌아왔을 때는 남자들이 턱시도를 입고 출 정도로 고급 사교춤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 탱고가 아르헨티나에서 시작해서 유럽으로 가 업그레이드 된 셈이군요.

탱고는 상당히 격정적인 춤이어서 일반인들이 배우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아르헨티나에서는 보편화된 춤인가요?

 

탱고 댄서를 보면 멋있어 보이지만 정식으로 탱고를 배우지 않고는 쉽게 출 수 없습니다.

탱고는 일정한 형태를 갖추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춤입니다. 두 다리의 움직임이 빠르고 정확해야 합니다.

탱고 추는 모습을 보면 우울하기도 하고 황홀해 보이기도 하고 또 서로 으르렁대다가 뭔가 서로 상대를 찾는 자세를 보이고

그러다가는 기쁨, 슬픔과 같은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볼룸댄스처럼 단순한 스텝으로 무미건조한 유럽댄스에 젖어 있다가 2/4박자 격한 리듬의 빠른 탱고를 처음 접했을 때 유럽사람들이 모두 반할 만 했습니다.

현재도 아르헨티나 사람들보다는 오히려 외국사람들이 더 탱고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내에는 탱고 사설 강습소가 여기저기 있는데 탱고를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단지 탱고를 배우겠다는 목적만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장기 체류하면서 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 보편화된 게 아니라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어디서 탱고를 볼 수 있을까요? 탱고 사교장이 따로 있나요?

 

시내에 탱고 바가 있지만 일반 관광객들은 탱고 쇼를 하는 극장에 가는 게 좋습니다.

탱고 극장에 가면 다양한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데 외국관광객들로 항상 만원입니다.

저도 가끔 손님들을 모시고 함께 가보게 되는데 탱고를 처음 접해보는 손님들은 아주 깊은 인상을 받습니다.

이곳에서 보는 탱고는 여태껏 영화나 비디오로 봐왔던 탱고와 수준이 다릅니다. 탱고는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자랑할 만한 전통문화자원입니다.

낮에 시내 한복판을 거닐면 관객들로부터 동전을 구하기 위해 거리에서 탱고를 추는 댄서를 만날 수 있는데 탱고를 추는 모습이 진지해서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소리가 요란하고 관광객들은 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 탱고는 반주가 독특한 것 같아요. 탱고 뮤직 중 어떤 곡이 가장 유명하나요? 

 

탱고는 최소한 춤추는 남녀 한 쌍과 반주가 있어야 합니다.

라이브로 하는 탱고 반주의 경우 항상 오케스트라 밴드를 동반해야 되는데

가장 작은 콤보는 피아노 하나, 콘트라베이스 하나, 바이올린 둘, 반도네온 둘의 여섯 명으로 구성됩니다.

반도네온은 아코디언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음색이 많이 다릅니다. 반도네온이 없다면 탱고가 아닐 정도로 반도네온과 탱고는 붙어 다닙니다.

반도네온은 본래 독일에서 종교음악 반주용으로 만들어졌는데 아르헨티나에서 탱고 전용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반도네온의 음색은 어둡고 무거운데 스타카토 주법이 강력해서 탱고의 독특한 리듬감을 만들어 냅니다.

탱고 곡은 정열, 낭만, 비애를 테마로 한 것이 많습니다.

탱고 곡 중에서는 라꿈파르씨따라는 곡이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데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탱고 극장에 가면 언제나 마지막에 항상 들을 수 있는 곡입니다.

이에 필적할 만한 탱고 곡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할 정도인데 라꿈파르씨따에는 재미있는 사연이 있습니다.

라꿈파르씨따의 작곡가는 우루과이 사람으로 헤라르도 로드리게스인데 1917년 그가 이 곡을 작곡했을 때 불과 17살의 건축학도로서 아마츄어 작곡가였습니다.

그는 단 20불을 받고 저작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 후 프랑스에서 사는 바람에 잊어 먹고 지냈는데 7년 지난 후 자기 곡이 대 선풍을 일으켰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츄어 작곡가가 어떻게 그런 기교가 뛰어난 곡을 작곡할 수 있었는지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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