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여만에 내이야기 하나를 써본다.
지난 토요일에 동기 몇 명과 함께 남한산성으로 산행을 가졌다. 모잠비크에서 귀국한 후 처음이고 오랜만에 가져보는 산행이라 일부러 가볍게 한다고 정한 코스였다. 그런데 전날 저녁 모임이 부페였던 탓에 너무 많이 먹어 그랬는지 위가 부대껴서 밤잠을 설쳤다. 게다가 아직 시차적응이 안되었는지 아니면 더워서 그랬는지 잠이 깨는 바람에 새벽 3시부터 일어나 앉아 있었다. 컴퓨터를 켜서 이것저것 보다가 아침이 되었는데 그때서야 졸리기 시작하고 피곤한 걸 그대로 집을 나섰다. 전날 비가 제법 내렸고 아침에도 보슬비가 오는 듯 했지만 하늘을 보니 곧 그칠 것 같아서 그냥 출발하기로 하였다.
지난 1월과 2월 두번 한국에 왔을 때에는 짧은 기간임에도 시착적응도 잘하고 피곤한 줄 몰랐었다. 그런데 이번은 많이 다른 걸 느낀다. 더위때문에 그런 탓도 있겠지만 시차적응도 안되고 특히 완전 귀국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신체적으로 긴장이 풀려 있는 듯하다. 모잠비크에 있을 때에는 간혹 피곤하거나 몸이 아픈 경우에도 마음 속으로 긴장을 늦추지 않았더니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회복이 빠르다고 느꼈었다. 신체적인 것도 긴장을 유지하거나 마음먹기 따라서 반응이 달리 나타나는 듯하다. 그런데 문제는 내 마음대로 긴장을 유지하거나 늦출 수 없다는 점이다. 지금은 긴장하려고 해도 몸이 말을 안 듣는다. 그냥 몸이 퍼져있는 듯한 느낌이다. 당분간은 몸이 가는 대로 그냥 놔두어야 할 듯 하다. 졸리면 자고 천천히 천천히 상황에 적응해 나가야 할 것 같다.
산성역에서 출발해 올라가는데 오랜만의 산행이었지만 그런데로 할만 하다고 생각했다. 햇볕이 나고 점점 더워지기 시작하니 땀이 나서 온 몸이 끈적끈적해졌지만 기분은 상쾌하다고 느꼈다. 일행이 중간중간 자주 쉬는 바람에 힘든 것 같지도 않고 남문까지 멀다는 느낌도 없었다. 이날은 더워서 그런지 등산객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식당안에도 손님이 없다. 능이버섯백숙 하나로 넷이 점심을 마쳤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백숙이 맛이 있어 또 많이 먹게 되었던 게 좀 불만스럽다. .
점심 후 일부는 빨리 내려가겠다고 해서 버스타러가고 나머지는 거여동 쪽으로 산행을 계속하기로 하였다. 북문을 거쳐 서문으로 나가 성불사 쪽으로 걸었다. 한낮의 햇볕이 점점 더 강해져서 무더워지니까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아마 더위를 먹은 것 같다. 거여동에 내려오니 피곤이 몰려오는 게 한껏 지친다. 마천역 지하로 내려오니 시원한 게 그제서야 살만하였다. 아무래도 이날 좀 무리한 것 같다. 집에와서 초저녁에 잠이 들었더니 4시간이나 푹 자고 10시에 잠이 깨었다. 그래도 다음 날 정해진 일정이 없다고 생각하니 불안한 게 없고 자고 일어나서 기분이 좋은 게 이제는 집에 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년여만에 바라보는 남한산성 성곽이다.
남문앞
북문길에서 내려다 본 하남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