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썼던 글 일부를 가져왔다.
***
아이들이 커가면서 가족 모두 둘러앉아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다. 둘째 아이가 학원에 가거나 방송반 활동으로 집에 있는
시간도 별로 없지만 집에서는 공부를 하거나, 전화를 받거나, TV프로를 보거나 하여 바쁜 생활이다. 가족간에 갈수록 대화가 부족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는 마음이 바쁘니 누가 말 붙이는 것도 짜증스러워 한다. 집에 같이 모여 앉는 기회도 별로 없지만 모처럼 식탁에 마주 앉아도 이런
저런 얘기를 꺼낼 분위기가 아니다. 더불어 사는 가족간에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대화 기회를 자주 가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의사전달은 참 어려운 주제이다. 서로간의 커뮤니케이션에서 특히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에서 글이라면 한 50%, 말로
한다면 한 30% 정도밖에는 의사전달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수 없이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가도 정작 입을 통해 나오는 것은
그저 생각의 단편들에 지나지 않는다.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단편적인 정보를 갖고 말한 사람의 사고를 이해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이해
못하는 것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대화의 기교가 부족한 것인지, 자기 말을 이해 못하는 상대방의 눈빛을 보면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가슴이
막혔던 경험은 없는가? 나는 모임이나 회의에서, 발표하기 전에는 머리 속으로 수많은 생각이 있었어도 막상 말로 되어 나올 때는 너무나 단편적인
표현에 스스로 절망감을 느꼈던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대화가 왜 어려울까? 어디서 본 기사를 보면 보통 사람들은 대화도중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대화가 어렵다고 한다. 자기만 말하고 싶어 안달하고 있다. 틈새가 나자마자 자기 말을 시작하거나 아니면
상대의 말이 빨리 끝나기를 재촉한다. 자기의 논리가 옳다고 믿으니까 상대를 설득시키려 한다. 서로 각자가 옳다고 믿으니 대화가 진전될 수 없다.
회의에서도 남이 얘기하는 동안 자기 발표 내용만 열심히 검토하고 있다. 아니면 남의 발표를 들으면서 눈은 벌써 서류를 다 훑어보고 별거 아니라는
듯 빨리 끝내주기를 기다린다. 회사 내에서 보면 분명히 이해를 못하면서도 대답만 네, 하고 그 자리를 모면하고자 하거나 무슨 반대 의견이라도
있을라치면 상대 의견을 알아보기도 전에 즉각적으로 자기 주장을 펼치고 있다. 모두들 자기 주장만 하고,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물론
자기 주장이 옳을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고전적인 얘기처럼 코끼리 배만 만져본 장님과 다리만 만져본 장님이 코끼리에 대해서 서로 얘기한다면
어떨까?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느낀 것은 확신한다. 그러나 자기가 눈으로 보고 만져 봤던 것도 틀릴 수 있거나,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하며 자기가 못 본 것에 대해서도 믿음을 가질 수 있어야 상호 이해가 커질 것이다.
요즈음 비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라는 책이 올라섰다. 미국의 심리치료사인 리처드 칼슨의 책인데 책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어 사보았다. 영어 책
제명은 “Don't sweat the small stuff, it's all small stuff."이다. 행복한 삶을 위한 100가지 제언을
담고 있는데 그 책 처음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타인에 끼친 잘못으로 고민에 빠져 있을 때 그 상대방으로부터 “그런 사소한 일 갖고 걱정하지
말아라, 세상의 모든 일은 다 사소한 일이다”라는 얘기를 듣고 크게 깨달았다고 한다. 만일 사소한 일이 아니고 정말 중요한 일인데, 라는 생각이
든다면 한 50년쯤 뒤에 오늘의 일을 생각해 보면 어떻겠냐고 한다. 정말 50년쯤 뒤에 보면, 오늘의 일이 그때까지도 뭐 중요한 게 있을까?
타인에 대해 연민을 가져보면 정신적 균형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연민이란 자신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타인의 입장이 되
보는 것이며 그 사람의 아픔에 대해 사랑을 느끼는 것이다. 스티븐 코비의 성공적 습관에 관한 책에서도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하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알아보는 것보다 타인에게 좀더 관심을 갖고 이해하고자 노력하라고 말한다.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누가 옳고 그르냐는 식의 문제와는 무관한 일이다. 우리는 자신이 옳고 상대방이 틀렸다, 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하여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어떤 경영인은 자서전에서 불승(不勝)과 불노(不怒)라는 단어를 항상 염두에 두고 직장생활을 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참 어려운 얘기겠지만 타인의 잘못을 지적하는 습관을 버리고 싶다. 무엇보다도 내 자신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 남의 말을 더 들어주고
남을 이해해 보도록 노력하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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