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건축가 방철린 교수가 참가한 건축가 드로잉전시회가 열린다는 건 우리 홈피 게시판에서 알았지만 장소가 헤이리라고 해서 가볼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그런데 개막 하루전 내 이메일함에서 <Chul Rin님이 Facebook에서 회원님을 건축가드로잉전 Beyond geometry에 초대했습니다>라는 메일이 뜨길래 열어 보았더니 그냥 초대장이 아니라 그 밑에 <참석><불확실><거절> 중 하나를 클릭하게 되어 있었다. 못가겠다고 답하자니 뒷탈이 무섭고 가겠다고 하자니 편도에 2시간반 소요되는 곳을 다녀온다는 것도 상상해보기 싫었는데 잠시 생각에 잠겨보니 내가 화분도 못 보내는데 시간부조야 못하겠냐 싶어 <참석>란을 꾹 눌러주었다.
4.6일 6시 개막식이라 해서 3시반에 출발했다. 분당에서 M4102를 타고 중앙극장앞으로 가 을지로3가역에서 2호선으로 환승해서 합정역에서 하차하니 2번출구 앞은 합정역이 종점인 파주행 직행버스 2200번 승차장이었다. 파주 출판단지를 지나 버스를 탄지 50분쯤 되어 파주영어마을 앞에서 내렸다. 네이버 지도에서 봐둔 대로 헤이리 안으로 들어가니 바로 갤러리 MOA가 나타났다. 학생들과 손님들이 제법 많이 모여 있었다.
방교수가 초대하기도 했지만 <Beyond geometry>라는 멋있는 타이틀에 끌려 호기심이 발동해서 그 먼 곳을 찾아갔었다. 자세히 읽어보지도 않았지만 우리 홈피에서는 뭘 전시한다는 건지 잘 알 수가 없었다. 전시장에 가보니 내용은 이랬다. 건축가들은 스케치 등 그림 작업을 많이 하다보니 자연스레 미적기능과 감각이 발달하게 되는데 그런 재능을 살려 건축대가 열댓명이 각각 몇점씩 드로잉 위주의 작품을 내놓고 전시회를 연 것이었다. 말하자면 외도를 한 셈이다. 그래도 외도라기에는 아주 전문가 수준이다.
방교수가 출품한 작품은 2개인데 하나는 뭉크의 <절규>를 본따서 사이버 게임을 많이 하다 현실과 가상을 혼동해 절규하는 현대인을 그렸고 다른 하나는 현실세계에서 격리되어 중력도 없고 실제하지도 않는 비눗방울 속 같은 세계에서 살고 있는 가상세계를 풍자한 <디지털 무중력도시>였다. 방교수는 사색이 깊고 작품마다 철학이 있는 건축계 대가인데 이런 멋진 외도 솜씨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방교수의 또 다른 전문가급 외도 하나는 사진인데 다음에는 건축가 사진전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음 사진전에는 내가 이름을 하나 지어 줄까 하는데 <Inside the light>라고 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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