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의 한가지 특징은 경찰이나 세관원들이 돈을 뜯는다는 것이다. 모잠비크 들어올 때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세관원들이 내 짐에 대해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아 나름 이 나라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입국했었다.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분들 얘기로는 길에서 경찰들이 신분증 보자고 할 터인데 여권 원본을 갖고 다니지 말고 사본에 공증을 받아 갖고 다니라는 것이다. 원본을 그냥 갖고 다니면 안되는가 했더니 원본을 잃어 버려도 낭패지만 경찰이 원본을 갖고 가 버리면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 온지 한달 정도되었는데 아직까지 한번도 경찰과 부딪힐 일이 없다가 오늘 처음으로 경찰이 나를 불러 세웠다. 길거리에 세워져 있던 경찰차에서 한명이 나오더니 신분증 보자고 해서 신분증 원본은 안갖고 있고 사본이 있다고 보여주니 사본을 보면서 뒷면에 각종 메모한 것을 보고 이러면 안된다 하고 또 사본의 비자스탬프를 보더니 벌써 기간이 만료되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엊그저께 비자 만료 때문에 국경을 넘어갔다가 다시 스탬프를 찍고 들어왔는데 사본을 다시 만든다는 걸 잊어 버렸다. 다른 경찰 한명이 나보고 경찰차에 타라고 한다. 알았다고 차에 올라타려 하니 차안에 있던 한 친구가 벌금을 내라고 한다. 왜 벌금을 내야 하냐고 물으니 신분증이 없으니 벌금을 내던지 차에 타라고 한다. 할 일도 없고 경험도 되니 한번 가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 차에 올라 타겠다고 했더니 또 한 친구가 그냥 가라고 하면서 콜라 마시게 돈 좀 주고 가라고 한다. 나도 너무 야박하게 구는 것 같아서 지갑에서 2불짜리 하나 꺼냈더니 다른 친구가 25불짜리 달라고 노래를 부른다. 모른 척하고 그냥 건네니 한 장만 더 달라고 해서 내키지 않지만 한 장 더 주었다. 그랬더니 우리는 친구라면서 악수하자고 손을 내민다. 불쾌해서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라고 얘기했지만 그 사람이 내 말을 알아듣는 것 같지 않았다.
기분이 찜찜했지만 한편 생각해보면 이곳에 살면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의 하나로 생각해 버리면 그만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너무 인색했던 것 같아 좀 더 줄 걸 그랬다싶어 후회가 된다. 길거리에서 동냥하는 거지를 만날 때 안주겠다고 버티는 것보다 조금씩 주면서 다녀봐야 사실 전체로 보면 얼마 되지도 않는다. 돈을 뜯긴다고 생각할 때는 기분이 나쁘지만 거주비용의 일부로 생각하면 참을 수 있는 한도가 아닐까 싶다. 며칠 전에도 집 앞에는 보통 경비한다고 서있는 가드들이 있는데 나이 든 가드 한명이 귀가하는 나를 보더니 쫓아와서 돈 좀 달라고 한다. 왔다갔다 할 때마다 보면 인사해주고 슈퍼 갔다가 올 때는 맥주 한 병씩 주곤 했는데 왠 일인지 그 날은 자기가 다리를 다쳐서 아프고 어쩌구 하면서 돈 달라고 하는데 불쾌한 기분이 들어 500원 정도되는 동전만 하나 주었다. 지나고 나니 그것도 내가 너무 야박했던 것 같아 후회된다. 월말에 이 집에서 나갈 때 돈을 좀 주고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후진국에 오면 이런 게 불편하기 짝이 없다. 온통 사방이 내게 뭔가 달라고 하는 것 같다. 누구랑 같이 밥을 먹으러 가도 내가 내줘야 한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검은 얼굴들이 익숙하지 않아서 가급적 눈을 안 마주치고 나를 부르는 소리도 못 들은 척 하고 피해 다녔다. 그리고 한쪽 주머니에는 약간의 돈을 갖고 다녔다. 돈 달라는 사람이 동냥하는 거라면 안 줘도 큰 문제 안되지만 강도가 달라고 하는데 안주면 큰 코 다칠 수도 있을까봐 조심해서 그랬다. 문제는 외관으로 볼 때 이게 거지인지 강도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점이다. 그래도 이제는 시커먼 얼굴에 조금 익숙해져서 그 정도는 분간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선배한테 뜯기고 동기한테도 뜯기고 군대 가서 선임병한테 뜯기고 정문보초한테 뜯기고 헌병이나 보안대 만나도 뜯기고 자동차 갖고 다닐 때는 교통경찰에게 으레 뜯기곤 했다. 뜯긴다면 불쾌하지만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마음 속에서 비용처리 해 버리면 그만이다. 보통 후진국 입국장에서는 우리 교포나 주재원들이 짐 속에 먹을 것도 많고 현금도 갖고 다니니까 세관원들에게는 호구처럼 되어 있는데 익숙한 사람은 먼저 조금 집어주고는 여유롭게 빠져 나온다. 간혹 서울에서 세일즈 출장 오는 분들은 영문을 모른 채 짐을 다 풀어 헤침 당하고 몇 시간이고 세관원과 싸우는 경우도 있었다. 그냥 한 20불 집어주고 나오면 시간상 엄청 절약되겠건만 그런 걸 주고받는 게 익숙하지 않아 생기는 일이다.
요즘 내가 일주일에 몇번씩 다니는 식당이다. 오늘의 메뉴라는게 있어서 우리 돈으로 7천원 정도 주면 되고 무엇보다도 혼자 먹는 사람들이 제법 있어서 내가 혼자 앉아 먹어도 별로 어색함이 없어서 좋다. 나중에 알고보니 여기는 인도 무슬림 식당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맥주도 안팔고 브리야니라는 볶음밥이 있었다.
지난 금요일의 메뉴는 페루라고 해서 일단 시켜놓고 사전을 찾아보니 칠면조 고기라고 한다. 왜 Turkey를 Peru 라고 할까? 하여튼 사전에 찾아보니 칠면조이다. 맛도 괜찮은 편이었다. 여기는 항상 밥이 같이 나오고 있어 그것도 좋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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