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떠나온지 한달 넘었고 따라서 이발한지도 한달 넘어 머리 깎을 때가 되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하고 있었다. 해외에 나오면 머리깎는 일도 어려운 일중의 하나이다. 오기 전 얘기 듣기로는 중국사람이 하는 이발관이 있다고 들었는데 누가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다. 어제 지나가다보니 이발관이 하나 보이길래 오늘은 마음먹고 들어가 보았다. 남미나 대부분 비슷한 풍경인데 이발사 몇명이 함께 일하면서 손님이 오면 순서대로 손님 받는 형식인 듯 하다. 내가 들어가니까 난색을 표하는 것 같아서 도루 나갈까 하는 제스처를 썼더니 앉으라고 한다. 가격을 물어보니 우리돈 6천원정도이다. 여기 사람들은 남자들 경우 거의 다 머리를 밀다시피하고 다닌다. 이발이 아니라 그냥 머리를 미는 것 같은데 동양사람 머리를 잘 깎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렇지만 흑인만 사는 게 아니라 백인들도 많이 보이는데 긴 머리도 좀 깎아봤겠지 싶어 깎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할 수 있단다. 이발사가 장난스럽게 자기 머리를 보여주며 이렇게 깍으려냐고 물어보길래 아니라고 아주 조금만 깎으라고 얘기했다. 막상 머리를 깍는데 보니 그냥 바리깡을 밑에서부터 그대로 죽 올리는 것 같았다. 이거 당했구나 싶었다. 예전 전통 시절 예비군 훈련가면 예비군 머리가 길다고 현역들이 바리깡으로 한 두군데 확 밀어버리는 걸 당했던 기억이 갑자기 살아났다. 내가 놀라는 표정을 하니 바리깡을 보여주면서 솎아내는 작업이라며 날이 듬성듬성하다고 보여주는데 그래도 아음이 편치 않았다. 제발 조금만 깍으라고 몇번씩 얘기했는데 그 친구는 계속 내 머리가 길다고 느끼는 모양이다. 아니면 염색이 남았던 검정부분을 다 없애고 싶었는지 자꾸 손을 댄다. 어차피 깍인 머리는 할 수 없는 거구 한달 되면 또 자랄테니 다음에는 다른데 가도록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위는 그만하라 하고 밑 부분만 조금 더 다듬어달라 했는데 그건 또 몇 번씩 얘기해도 안 다듬어 준다.
옆에 손님이 와서 머리깍는데 보니 이건 머리 전체를 비누로 하얗게 거품을 내서 뒤집어 씌우듯이 한 다음에 면도를 한다. 저렇게 쉽게 머리 깍으면 스타일이라는 건 생각할 수도 없겠다. 사진 한장 찍어보고 싶었지만 아직 좀 더 익숙해진 다음에 하기로 하고 눈으로만 보고 말았다. 이발이 끝나면 끝 부분에 면도라도 하는가 했더니 그렇게 듬성듬성한채로 제대로 털지도 않고 다 되었다고 한다. 집으로 오면서 목이 계속 따끔따끔하고 답답하길래 오자마자 샤워부터 하고 샐프 사진을 한장 찍어 보았다. 그런데 사진으로 보면 별로 나빠보이지도 않는 듯 하다.
머리를 많이 쳐서 그런가 여윈듯 해 보인다.
아래 사진들은 어제, 오늘 이발 하기전 이곳 기업인들과 커피샵에서 미팅하던 장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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