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야기

아름다운 편지

상수리나무 블로그 2012. 3. 4. 13:24

너무 아름다운 편지를 읽었다.

나도 그런 편지를 쓸 수 있을까 생각도 해보고,

또 나는 아직 내 곁에 사랑하는, 소중한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하고 있음을 감사하게 된다. 

 

얼마전 세상을 떠난 강영우 박사가 사랑하는 아내와 두아들에게 쓴 편지이다.

강영우 박사는 맹인으로 72년 연세대를 졸업한 후 국제로타리재단의 장학금을 받고 미국으로 유학해서 피츠버그대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부시정권에서 백악관 국가 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에 발탁되었는데 그의 이야기에 감동한 아버지 부시와의 인연이 계기가 된 것이었다. 강영우 박사와 그의 부인 석은옥의 이야기는 94년 MBC 휴먼드라마 '눈먼 새의 노래'에서 안재욱과 김혜수가 주연을 맡아 소개되기도 하였다.

* '눈먼 새의 노래' 동영상 일부 - http://master_voca.blog.me/60147141693

 

강박사는 작년 10월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4개월 투병하다 지난 달 23일 타계했다.

그는 시한부 삶에 대한 회한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에 대해 감사하면서 편지를 썼다.

 

 

1) 두 아들에게

 

이제 너희들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내가 너희들을 처음 품에 안은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서 너희들과 이별의 약속을 나눠야 할 때가 되었다니

좀 더 많은 것을 나누고 좀 더 많은 것을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이 밀려온다.

하지만 너희들이 나에게 준 사랑이 너무나 컸기에
그리고 너희들과 함께 한 추억이 내 맘속에 가득하기에
난 이렇게 행복한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단다.

 

해 보기도 전에는 결코 포기하지 말라는 나의 말을
가슴 속 깊이 새긴 채로 자라 준 너희들이 고맙고
너희들의 아버지로 반평생을 살아왔다는 게 나에게는 축복이었다.

 

내가 떠나더라도 너희들은 혼자가 아니기에
너희들 곁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 항상 함께 할 것이기에
아버지는 슬픔도 걱정도 없다.

 

나의 아들 진석, 진영이를 나는 넘치도록 사랑했고 사랑한다.

 

 

2) 사랑하는 아내에게

 

당신을 처음 만난게 벌써 50년전입니다.
햇살보다 더 반짝반짝 빛나고 있던 예쁜 여대생 누나의 모습을 난 아직도 기억합니다.
손을 번쩍 들고 나를 바래다 주겠다고 나서던 당돌한 여대생, 당신은 하나님께서 나에게 보내주신
날개없는 천사였습니다.

 

앞으로 함께 할 날이 얼마남지 않은 이 순간에 나의 가슴을 가득 채우는 것은
당신을 향한 감사함과 미안함입니다.

 

시각장애인의 아내로 살아온 그 세월이 어찌 편했겠느냐,
항상 주기만 한 당신에게 좀 더 잘해주지 못해서,
좀 더 배려하지 못해서 너무 많이 고생시킨 것 같아서 미안합니다.
지난 40년간 늘 나를 위로해주던 당신에게 난 오늘도 이렇게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더 오래 함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내가 떠난 후 당신의 외로움과 슬픔을 함께 해주지 못할 것이라서..

 

나의 어둠을 밝혀주는 촛불,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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